오랫만에 이글루에 들어갔다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90년대생들은 개인주의자이다. 한국의 20~30대는 윗세대와 완전히 다른 나라 사람, 유럽인으로 봐야 한다.'
한국의 90년대생들과 유럽인들은 정말 개인주의자일까?
이 질문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한국의 90년대 이전 출생자들과 아시아인들은 정말 집단주의자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답하고 싶다.
집단 내에서 불합리한 관행(갑질, 똥군기 등등)이 발생하는 데에는 구성원의 성품보다 더 중요한 원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닫힌 사회
대안, 탈출구의 부재
반항했을 때의 처벌
순응했을 때의 보상
예나 지금이나 이런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곳은 대학, 군대, 직장, 종교단체 등이다.
이런 곳은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빠져나오거나 갈아타기도 어렵다.
이런 조직은 가혹 행위는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이자 영광이라고 가르친다.
누군가 불만을 갖고 있어도 내부에서 변화를 일으키기도 어렵고, 외부에 발설하는 순간 배신자로 낙인 찍힌다.
다른 조직으로 옮긴다고 상황이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반면 꾹 참고 견디면 보상을 받는다는 건 확실하다.
뉴스에 실릴 때만 잠시 대중들이 분노할 뿐, 근본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다리 건너 지인은 업계 내부의 이너 서클에 진입하기 위해 상사에게 성 상납 하는 걸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그것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부정하면서까지!)
전체적으로 보면, 지금 젊은이들에 비해 기성세대들이 조직에 순응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그들이 이타주의자나 호구라서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대안이 부족했고 댓가는 확실했기 때문이다.
야근은 했지만 종신고용은 보장되었고, 정년퇴직 후 집 한 칸은 남을 거란 희망이 있었다.
한국의 회식문화가 최근에야 공론화 된 이유는 신세대의 알콜 분해능력이 떨어졌거나 수면 요구량이 늘어나서가 아니다.
예전에는 전무님 술 시중을 들면 룸살롱 갈 수도 있었고, 다음 날 같이 사우나에서 쉴 수도 있었거든?
그런데, 판공비는 줄어들고 근태관리가 빡빡해졌는 데, 선배들처럼 꾹 참을 이유가 없어진 거지.
아마도 젊은이들은 이렇게 대꾸할 것이다.
그래도 요즘 우리들은 예전에 비해 훨씬 개방적이고 합리적이거든요?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우리 때 비하면, 이건 고생도 아니야. 요즘 젊은 것들은 이기적이고 약해 빠졌어!
68 세대, X 세대, Y 세대, 밀레니얼 세대, 늘 신세대는 존재했다.
그리고, 그들은 나이를 먹고 기성세대가 되었다.
지금의 신세대도 이전 세대들이 걸어갔던 길을 걸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을 좀 더 아름답게 가꿀 수는 있다.
그들의 선배들이 그러했듯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품는 건 좋지만, 과도한 기대를 하거나 기성세대를 폄하하는 것은 삼가했으면 한다.
세대갈등이 걱정되서가 아니라, 진짜 문제를 외면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인의 인품이나 사회 분위기에 의존하는 대신
내부자 고발을 장려하고 외부 감시를 강화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주장한 것은 우리가 악을 타자화하는 순간 악에 물들 수 있다는 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