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적인 한국인들은 왜 안전에 둔감할까? 문득 떠오른 생각들


이글루에서 '한국인의 70~80%가 불행유전자(5-HTT)를 가졌지만, 행복유전자(변종 FAAH)는 14%만이 갖고있다'는 글을 읽었다.
타고난 유전자가 다른 문화권과 구별되는 국민성/문화를 만들어 내는 지 그 반대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상대적으로 현재에 불만스러워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큰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비관적인 한국인들이 왜 안전에는 둔감한 걸까?

어릴 때 읽었던 김삼의 [사랑방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선비가 강 건너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강을 건너 간 후, 배에서 내리는 데 승선하는 친구 아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친구 집으로 걸어가다 친구 아들이 잘 갔나 뒤를 돌아봤는 데, 친구 아들이 탄 배가 강 한 가운데에서 가라앉았다.
선비는 친구 집에 가서 자기가 목격한 사실을 알렸지만, 친구는 담담하게 '내 아들은 죽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들이 비명횡사 해서 실성했구나 생각했는 데, 그 때 친구 아들이 돌아왔다.
어떻게 살아 돌아왔냐는 선비의 질문에 그는 '사공이 사람을 너무 많이 태우는 게 위험해 보여서 내렸다'고 대답했다.


한국인들 중 몇 명이나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년처럼 행동할까?
아마도 대부분은 사공이 승객들을 무리하게 태우는 걸 보고도, 설마 별 일이 있겠냐며 그냥 배에 머무를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스쿨버스로 통학했는 데, 안전벨트를 매는 걸 보고 친구들은 '혼자 살려고 한다'며 놀렸다.
그보다 어렸을 때는 빙판길을 조심스레 걷는 걸 보고, 후배가 '오빠는 겁장이야'라고 비웃었다.
한국인들의 안전 불감증은 고도 경제성장의 후유증인 '빨리빨리'와 '대충대충'에도 원인이 있지만,
그 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대세에 순응하는 걸 강요하는 '눈치'가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중국집에서 동행한 사람들은 전부 짜장면을 시켰는 데 혼자 짬뽕을 시키면 눈총을 주는 게 한국사회이다.
하지만, 안전은 생존에 관한 문제이다.

임진왜란 직전, 일본 사신 다치바나 야스히로는 조선 병사가 든 창 길이가 일본보다 짧은 걸 확인했고,
연회에서 후추를 던져 허겁지겁 후추를 품에 넣는 기생들을 본 뒤 조선의 기강이 무너졌음을 알아챘다.
반면, 일본에 다녀온 황윤길과 김성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관상을 갖고 조선침략을 한다, 안 한다 논쟁을 벌였다.
이를 두고, 이어령은 '한국은 국가안보를 놓고도 눈치를 본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매사에 낙천적인 미국인들은 왜 안전문제에 민감한 걸까?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라는 역사적 특수성, 넓은 국토, 자유로운 총기 소유 등 여러가지가 작용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Mind your own business!'라는 태도가 아닐까?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 (혹은 지켜야만 한다.)'라는 자세가 생존주의나 좀비영화를 유행시켰다고 본다.
미국과 한국 중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지는 사람마다 다른 생각이겠지만, 민폐가 아니면 남의 일에 신경 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