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어스 포그: 저는 가족도 친구도 없답니다.
아우다 부인: 가족과 친구를 한번에 갖고 싶진 않으세요?
[80일간의 세계일주]의 필리어스 포그는 주인공이지만, 소설이 끝날 때까지 독자들은 그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게 없다.
그의 역할은 여행을 시작하는 것일 뿐, 오히려 파스파루트나 아우다 부인같은 조연이 더 매력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포그는 스케쥴대로 정확하게 움직이지만 사소한(!) 실수를 범하고, 그를 깨우치는 건 프랑스 하인 파스파르투이다.
영국과 사이가 안 좋은 프랑스 출신 쥘 베른이 영국신사 포그를 주인공으로 한 건, 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그래, 너희 영국놈들이 유능한 건 아는 데, 완벽한 건 아니거든! 그리고, 그렇게 살아서 행복하냐?"
매사에 사무적으로 행동하는 또 다른 영국인 캐릭터로는 [자칼의 날]의 자칼이 있다.
그 역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준비해서 실행하지만, 막판의 실수로 실패한다.
필리어스 포그처럼 자칼의 정체는 끝까지 미스테리로 남는다.
영국인들이 대영제국을 만들어 운영했던 가장 큰 미덕(?)은 이런 냉담함이 아닐까?
독일인들도 차갑긴 하지만, 그들은 영국 신사들처럼 세련되게 자신의 약점을 감추거나 웃어넘길 줄 몰라서 실패했다.
사람이라면 절제한 감정을 다른 곳에서 풀어야 하는 데, 독일인들은 그게 서투르다.
영국인은 아니지만, 정확하게 계획대로 움직이는 캐릭터로는 그린 애로우와 배트맨의 빌런 클록 킹이 있다.
클록 킹은 특출난 능력은 없지만, 정확한 시간관념과 전략 수립으로 히어로들을 애 먹인다.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새해에는 좀 더 시간을 아껴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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