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에 트렌치 코트만 입은 여자가 고속도로를 질주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엔딩 크레딧과 제목을 보면서, 조지 루카스가 이 영화에서 [스타워즈] 나레이션의 영감을 얻지는 않았을까 상상해 봤다. [키스 미 데들리 (Kiss Me Deadly)] (1955)는 미키 스필레인이 창조한 마이크 해머 영화 중 최고작으로 꼽힌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스필레인이 하드보일드를 타락시켰다고 비난했다. (그가 비난했던 게 스필레인만이 아니지만....) 그만큼, 해머 시리즈에서 플롯이나 감성을 찾는 건 무의미하다. 해머 시리즈는 그런 걸 철저히 무시하고, 폭력과 섹스에 집중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그런 소설을 영화화 하는 데, 로버트 알드리치보다 나은 감독을 찾을 수 있을까? 알드리치는 서부극([베라 크루즈 (Vera Cruz)] (1954) , 스릴러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What Ever Happened to Baby Jane?)] (1962),
전쟁물([더티 더즌 (The Dirty Dozen)] (1967)) 등 다양한 쟝르에서 수작을 내놓았지만, 늘 삐딱한 태도를 감추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것이 알드리치가 영화 속에서 견지했던 자세였다. [북극의 제왕 (Emperor of the North Pole)] (1973)은 무임승차를 하려는 부랑자 리 마빈과 무임승차를 한 번도 허용하지 않은 승무원 어니스트 보그나인의 기묘한 자존심 대결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극 중 마이크 해머를 취조하는 형사는 해머를 '이혼 전문 탐정'이라고 멸시하는 데, 이는 챈들러가 탐정의 밑바닥이라고 혐오했던 존재이다. 해머는 머리보다 주먹이 빠르고, 누구도 믿지 않지만 쉽게 속아 넘어간다. 원작소설처럼, 영화에서 논리적 구성을 기대하진 않는 게 좋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맥거핀에 대한 묘사는 끔찍할 정도로 엉성한 데, 이게 스필레인의 불성실 때문인지, 헐리우드 블랙 리스트에 올랐던 시나리오 작가 비제어디스의 반골정신 때문인지 모르겠다. 대신 술에 취해서, 혹은 머리를 맞아서 어지러운 해머의 시선으로 영화를 체험한다면, 쉽게 잊기 힘든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IMDB: 7.7/10
로튼 토마토: 97%/100%
marlowe: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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