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스타들의 카메라 앞과 뒤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흥미를 돋구는 소재이다. 제임스 캐그니가 예의 바른 신사에 애처가였다거나, 록 허드슨이 게이였다는 식의....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도 그런 스타들 중 한 명이였다. 다소곳한 요조숙녀로 인기를 모았지만, 워너브라더스의 타입 캐스팅에 불만을 품고 법정소송을 해서 이후 모든 배우의 계약기간은 활동정지기간까지 포함하여 7년으로 제한된다는 '드 하빌랜드 법'을 이끌어낼 정도로 그녀는 당찬 여성이였다.
[검은 거울 (The Dark Mirror)] (1946)은 그녀의 그런 양면성을 드러내는 출연작이다. 한 남자가 살해 당하고,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라 유력한 용의자가 드러난다. 그런데, 그녀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있다. 둘 중 누가 범인일까? 영화는 악의 쌍둥이(The evil twin)라는 클리셰를 사용한다. 착한 쪽은 온순하지만 섬약하고, 나쁜 쪽은 성질이 드세며 왼손잡이에 담배도 핀다.
어릴 때, KBS에서 틀어줬던 걸 다시 봤는 데, 그 때만큼 재미있진 않다. 영화는 범죄물과 심리물 어느 쪽으로든 수준 이하이다. 거기다 일란성 쌍둥이와 자매관계에 대한 비과학적 편견을 극 중 정신과 의사의 입을 빌어 진지하게 떠들어 댄다. 관객들과 극 중 조연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쌍둥이 자매는 자기 이름을 새긴 목걸이까지 걸치고 있다. 이렇게 한심한 영화를 지탱하는 건 드 하빌랜드의 연기력이다. 두 쌍둥이 모두 설득력은 없지만, 그녀는 성심성의껏 1인 2역을 한다. 만약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여성버젼으로 찍는다면, 그녀를 캐스팅 1순위로 올려야 할 것이다.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의 친동생인 조안 폰테인은 이렇게 말했다. "결혼도 내가 빨랐고, 오스카 트로피도 먼저 받았어요. 내가 먼저 죽는다면, 올리비아는 이번에도 내가 앞섰다며 화를 낼 거예요." 어쩌면 스타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어느 정도 양면성을 갖고 잊지 않을까? 그리고, 그 중 한 면만 각각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살아가는 것이다.
IMDB: 7.1/10
로튼 토마토: -%/100%
marlowe: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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