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 Indemnity: Goodbye, baby. 영화


히치코크는 "카드 테이블 아래 폭탄을 그냥 터뜨리면 그건 쇼크지만, 폭탄이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보여준 상태에서 카드 게임을 계속 하면 서스펜스가 된다."고 말했다. 빌리 와일더의 [이중배상 (Double Indemnity)] (1944)에는 그런 장면이 두 번 나온다. 첫번 째는 살인을 저지른 남자가 공범인 여자를 아파트로 초대했는 데 직장상사가 예기치 않은 방문을 했을 때이고, 두 번째는 직장상사의 사무실에서 목격자와 조우했을 때이다. 그러나, 이들 장면은 서스펜스라기 보다 코미디처럼 보인다.

제임스 M. 케인이 원작을 썼고, 레이먼드 챈들러가 시나리오 각색에 참여한 [이중배상]은 전형적인 필름 느와르처럼 보인다. 팜므 파탈은 한 남자를 유혹해서 자신의 남편을 죽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우선 여자는 남편을 죽인다는 아이디어를 슬쩍 흘리고, 남자는 화를 내며 자리를 피한다. 며칠 뒤, 그녀와 재회한 남자는 자신이 짠 살인계획을 들려주면서 여자를 리드한다. 살인이 끝나자, 두 남녀의 열정은 사그라든다. 이들이 원한 건 돈이나 상대방에 대한 욕정이 아니라, 필름 느와르의 주인공이 되어 느끼는 스릴인 것 같다. 그리고, 두 사람이 저지른 범죄는 그들이 원 나잇 스탠드를 즐긴 뒤, 생겨난 갓난아기처럼 보인다. 아기가 생기는 순간, 로맨스는 사라지고, 끝이 안 보이는 의무만 늘어나는 것이다.



또 다른 특이점은 세 번쨰 남자, 탐정이다. [이중배상]의 탐정은 남자의 직장상사이다. 그는 한 눈에 완전범죄로 보였던 살인계획의 전모를 파악한다. 다른 점이라면, 그가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그는 살인자를 사랑한다. (월터는 키스의 싸구려 시가에 불을 붙여주면서 "나도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둘 다 독신이며, 함께 있을 때는 자신이 결혼할 뻔 했거나 사귀고 있는 여자에 대해 떠들어댄다.)

바바라 스탠윅의 팜므 파탈 연기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녀를 보면서 구피처럼 실없이 웃는 프레드 맥머레이는 터프하지도 범죄자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조지 래프트, 스펜서 트레이시, 알란 라드 등이 거절한 뒤 캐스팅 제안을 받은 맥머레이는 이렇게 말했다. "어, 나는 이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걸. 시나리오에 따르면, 난 연기를 해야 한다구!") 악당 보스를 주로 연기했던 에드워드 G. 로빈슨은 떠돌이 약장수처럼 쉬지않고 대사를 떠들어댄다. 한마디로, 이들 세 사람은 필름 느와르를 패러디 하는 루니 툰즈 캐릭터같다.

스릴러라는 한 우물만 팠던 히치코크와 달리, 와일더는 전쟁, 로맨스, 코미디, 전기물 등 쟝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를 찍었지만, 어떤 영화에든 신랄한 냉소가 담겨있다. [이중배상]은 필름 느와르라는 쟝르의 규칙을 철저히 연구해서 교묘하게 위반했다. 그로 인해 이 영화는 최고의 필름 느와르로 손 꼽힌다. 좋은 영화는 규범에 충실하지만, 위대한 영화는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IMDB: 8.3/10
로튼 토마토: 96%/100%
marlowe: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