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만화잡지, 허클베리 핀의 모험 夢.dream

- 나는 시험을 앞두고 '그 곳'에 묵었다.
  그 곳은 여관 + 목욕탕 + 독서실을 합친 것 같은 곳인 데, 1970년대 분위기이다.
  카운터에서 받은 열소로 나무로 된 목욕탕 캐비넷을 열려고 하지만, 내 사물함을 찾을 수 없다.
  자세히 보니, 열쇠에 매달린 번호표에는 번호가 2개 달려 있다.

- 공부를 하기 전 머리를 식히려고 만화방에 들어갔다.
  역시 1970년 중후반에 나왔을 법한 두꺼운 만화잡지를 집어들었다.
  내가 봤던 [어깨동무], [소년중앙] 등이 아닌 낯선 잡지라서, '[만화왕국]*인가?'란 생각을 했다.
  잡지 안에 두껍고 하얀 종이가 들어있다.
  애독자 엽서인 것 같아서, 어떻게 주인 몰래 뜯어낼까 고민을 했다.

-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서, '이럴 바에는 집에 가서 공부할까, 1박 더 머무를까' 고민하다 내 방에 들어갔다.
  내 방 구석에 낡은 침대(라기 보다 군대 침상에 가까운)가 있고, 바닥에는 누군가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있다.
  그의 머리 위에는 핸드백이 놓여 있다.
  '1인실을 빌린 줄 알았는 데, 2인실이였나'란 생각이 들면서,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 외부로 트인 아파트 복도 같은 데에 나는 두 친구와 서 있다.
  우리의 모습은 KBS에서 방영했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주인공들 같다.
  여러 문 중 하나를 여니, 하얀 벽 위에 도끼들이 수평으로 걸려 있다.
  나는 그 애니메이션이 떠올라서, 인디언 조의 영혼이 담긴 나뭇가지를 도끼 위에 올려놓고 외쳤다.
  "인디언 조, 이제 벼락이 떨어져서 너는 감전되어 죽을 거야!"
  그 때 벼락이 치고, 나뭇가지 위에서 인디언 조의 영혼이 튀어나와 우리를 쫓아온다.
  무서워진 우리는 도망치기 시작한다.



* 구글 검색을 하니, 실제로 그런 만화잡지가 있었지만, 꿈 속에서 본 잡지와는 달랐다.)




* [The New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1968–1969)은 실사 배우가 등장하는 TV 애니메이션이였다.
법정에서 인디언 조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톰, 허크, 베키는 인디언 조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다 이세계로 떨어진다.
매 에피소드마다 인디언 조를 닮은 악당이 등장한다.
KBS에서 방영한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은 기구를 타고 떠나간다.
(조흔파의 번안소설 [공중여행]이 떠오른다.)


PS. 내가 꾸는 꿈의 원인은 현실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 평소 습관 등으로 보인다.
    위의 꿈에서 애독자 엽서는 평소 독자 투고를 자주 하는 내 습관 때문이다.
    공부하는 꿈이 많은 데, 학창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학교나 회사에 지각하거나 영화상영시간에 못 맞춰 당황하는 꿈은 강박적 성격의 반영인 듯 하다.
    몸의 일부가 벽에 닿은 상태로 자면, 추락하는 꿈을 꾼다.
    죽어서도 꿈을 꿀 수 있을까?
    혹은 죽음 자체가 길고 어두운 꿈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