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영화


며칠 전 그레이스 켈리의 영화를 언급한 기억이 나서, 내가 좋아하는 금발 여배우들에 대해 적어본다.
미국에서 금발은 '예쁘기만 하고 머리는 텅 빈 여자'로 통한다.
하지만, 동시에 금발과 흑발이 같이 나오는 경우, 금발은 흑발보다 '정숙한 여자, 순수한 백인'으로 통하기도 한다.
([모히칸족의 최후]나 [버피 더 벰파이어 슬레이어]가 대표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금발의 가장 큰 특징은 머리결이 너무 튀어서 인상을 흐리게 만드는 위험성이다.
여성의 금발인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남자가 금발이면 나약하거나 어리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문제이다.
금발로 성공한 남자스타가 드물다거나, 윌리엄 홀덴이 줄곧 염색을 하고 출연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어쨌든 금발은 다른 색깔들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특별한 색상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금발 미녀는 그레이스 켈리이다.
마릴린 먼로는 너무 천박하고, 진 할로우는 내 취향이 아니다.
그레이스의 미모는 그녀의 금발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보여줬다.



최초로 다가온 금발은 데드리 홀이다.
TV 드라마에만 나와서 특별히 기억나는 출연작은 없지만, 언제나 사람 좋게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
같은 백인 중에서도 금발이 빨리 늙는다는 느낌인 데, 이 사람은 여전히 우아한 자태를 유지하는 게 대단하다.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파라 포셋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여성해방운동이 할발했던 70년대에 걸맞는 금발 미녀였다.
사자 갈기같은 금발을 휘날리며 청바지 차림으로 휙휙 걸어다니는 모습은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 충분했다.
그녀가 좀 더 경력 관리에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앤지 디킨슨도 아름다운 금발미녀였다.
그녀의 미모는 [리오 브라보]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역할을 맡던 당당하게 나오는 점이 좋았다.
이렇게 적고 보니, 확실히 청순가련한 소녀보다는 역경을 만나도 환하게 웃는 억센 여자가 내 취향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