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블로거께서 백성민의 [직녀성의 불새]를 언급해서 적어본다.
[소년생활]에 연재되었던 이 만화는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화성의 공주]를 개작해서 만들었다.
디즈니가 영화로 만든 [존 카터]는 2012년 최대의 망작이 되기도 했는 데,
원작자의 다른 작품들([타잔]이나 [지저세계 펠루시다] 등)처럼 남자 주인공이 다른 세계로 들어가
악당, 괴물들을 물리치고 미녀와 맺어진다는 쌈마이스런 대중소설이다.
그런데 이 만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였던 것은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공주의 의상이다.
속살이 훤히 비치는 얇은 천으로 만든 공주의 드레스는 어렸던 나에게 많은 상상력을 제공했다.
재미있는 것은 공주의 모습이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여인상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앵그르의 그림, [아라비안 나이트], 스페이스 오페라의 여주인공, 마타 하리 등은
여성의 몸매를 드러내면서도 가려야 할 곳은 가려서 남자의 성적 충동을 자극한다.
오리엔트(동양)이란 이름으로 통틀어 부르지만, 인도의 사리, 태국의 쑷타이, 인도네시아의 끄바야는
아시아의 일원인 나의 눈에도 충분히 자극적이면서 비슷비슷해 보인다.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자극적이라고 생각(또는 상상)했던 여자 옷은 반짝거리는 구슬로 만든 옷인 데, 끄바야가 가장 가깝다.
어디서 그런 이미지를 갖게 되었나 생각을 더듬어 보면, 계몽사 문고 [갠지스 강의 저녁놀]의 삽화가 시발점이였던 것 같다.
부처님의 삶을 다룬 경건한 책을 보고서 그런 음란한 상상을 했던 게 죄송스럽지만,
지금도 진주로 만든 투피스 드레스를 만들어 여자에게 입히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취향도 변해서 여자의 몸을 드러낸 옷보다는 성적 뉘앙스(?)를 담은 옷에 더 끌린다.
나치 제복이나 검은 스판덱스처럼 SM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옷을 좋아하는 데,
어느 쪽이나 비일상적이고 이국적이면서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남자는 시각에 의존하고 여자는 청각에 의존한다고 하지만, 여자들도 남자의 제복에 끌리는 걸 보면,
이성의 의복은 육체보다도 성적 자극을 주는 것 같다.
PS. 나치 군복을 휴고 보스가 만들었다고 생각했는 데, 휴고 보스는 직물 사업가에 불과했고, 디자인도 프로이센 군복의 전통을 계승했을 뿐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차별화를 주긴 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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