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판타스틱 7월호 리뷰



평생 인연이 없을 것 같은 렛츠 리뷰에 당첨이 되었다.
(좀 더 일찍 아이팟 같은 거에 당첨되었으면 좋으련만, 요즘은 책 일색이라 좀 아쉽다.)
어쨌거나 상자를 열어보니, 삼성 비자금 스캔들로 유명해진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연상시키는 표지가 들어온다.
아마도 그래픽 노블 [왓치맨]의 그림인가 보다.

책장을 스르륵 넘기니 신민아, 이효리, 조인성 등의 얼굴이 크게 박힌 광고가 들어온다.
억측일 수도 있지만, 잡지가 대상으로 삼는 독자들의 연령층을 짐작할 만 하다.
총 304페이지의 잡지는 크게 스페셜 심층분석기사, 쟝르문학 소설 / 만화 연재, 소설/음반/영화 소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들어오는 스페셜 1 [왓치맨]은 그래픽 노블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별로 와닿지 않는다.
그래픽 노블은 커녕 미국 코믹스조차 슈퍼맨, 배트맨이 나온 영화, 애니메이션이 경험치의 전부인 대다수 한국자들에게
[왓치맨]과 앨런 무어에 대한 극찬이 얼마나 매혹적으로 다가올 지 모르겠다.
물론 [씬 시티], [300]같은 영화를 통해서 그래픽 노블의 독자층이 약간 늘어났겠지만, 아직은 마이너 쟝르라고 본다.
시장이 좁아서 권당 만원이 넘는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이는 신규 독자를 차단하는 악순환이 된다면 너무 비관적인 생각일까?

스페셜 2인 [1960~70년대 일본 청년문화의 모든 것]은 전후 출생한 단카이 세대들이 즐긴 대중문화를 다뤄서 흥미로왔다.
전공투, 오타쿠, 로망 포르노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키워드를 공유한 단카이 세대의 역동성을 보면서,
한국의 386세대는 한국의 대중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돌이켜 봤다.
다음 호에는 이걸 다루면 어떨까?

연재 소설/만화는 그저 그랬다.
처음 읽는 잡지라서 단편만 골라 읽었는 데, SF, 판타지 문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대충 넘겨 읽었다.
김창규의 [발푸르기스의 밤]은 몇 페이지 읽다 넘어갔고, 닐 게이먼의 [에메랄드색 연구]는 치기어린 팬픽이라고 생각한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약채반점]은 어디서 본듯한 내용이였는 데,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해서 좀 재수없었다.
(하긴 일본인 작가에게 독도 표기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지만...)
만화는 순정만화풍 그림체를 싫어해서 언급하고 싶지않다.

신작소개 코너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적어도 그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영화관에서 내린 [해프닝]이나 [겟 스마트]를 소개하는 뒷북은 그만 봤으면 좋겠다.

총평을 내리자면, 상당히 애매하다.
소설, 특히 쟝르 소설을 읽지 않은 지 오래되어서 현재 한국의 쟝르 소설 소비층이 어느 정도인 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SF, 미스터리, 환상문학이라는 쟝르는 한국에서는 아직도 뿌리를 내리려는 단계로 보인다.
그런 상황을 감안할 때,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
6천9백원이라는 가격에 다양한 내용을 꾸겨 넣으려고 한 것도, 하나의 생존전략으로 보인다.
판타스틱 편집진은 자신의 위치를 거창하게는 계몽주의자, 소박하게는 가이드로 보고 있는 듯 하다.
이 쪽 분야에 아직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자신들이 즐겁게 읽었거나 꼭 읽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추천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문제는 '판타스틱'이라는 쟝르의 범위가 대단히 애매해서,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거다.
지금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는 '판타스틱'이 무엇인 지 좀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

렛츠리뷰

by marlowe | 2008/07/13 21:17 | 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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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루리도 at 2008/07/14 11:06
렛츠리뷰...아이팟도 있었나보군요...
1년이 지난 이제서야 렛츠리뷰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습니다..-_-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7/14 11:18
이런 건 맨 처음 시작할 때 응모해야 좀 더 좋은 걸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죠.
Commented by Riff at 2008/07/14 14:08
SF 일색인 줄 알았는데(그래서 별로 관심을 안 뒀었죠.) 의외로 내용이 다양하네요. 그나저나 파우스트 코리아는 지금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7/14 16:22
너무 다양하다는 게 단점일 수도 장점일 수도 있겠습니다.
[파우스트 코리아]라는 잡지도 있었군요.
Commented by Riff at 2008/07/15 09:46
'파우스트'라고 일본의 장르소설잡지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왔거든요. 몇 년 됐을 겁니다. 나스 키노코나 니시오 이신 같은 작가들이 자주 보이는 것 같더군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7/15 11:25
아, 그렇군요. 저는 독일문학 잡지인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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