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의 군대는 진군한다


(이미지 출처: www.saram.jp)


제목: ゆきゆきて神軍 (The Emperor's Naked Army Marches On)
제작: 사치코 코바야시, 이마무라 쇼헤이, 미요시 유노신, 토쿠나가 야스코
감독: 하라 카즈오
촬영: 하라 카즈오
주연: 오쿠자키 겐조

부동산 중개업자 살해, 천황에게 빠찡코 구슬 투척, 천황이 나오는 포르노 사진 유포 등으로 13년 9개월의 독방 세월을 한 남자.
그러고도 다시 감옥에 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
동지의 결혼식에서 '국가는 인간을 단절시키는 원흉이며, 가정도 마찬가지'라는 축사(?)를 하는 남자.
자신을 막는 이들에게 '명령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의 생각으로 움직여. 너희는 인간이 아닌 로봇이야!'라고 호통치는 남자.

[천황군대는 진군한다] (1987)는 오쿠자키 겐조의 외로운 투쟁을 담은 다큐멘타리이다.
영화는 그가 태평양 전쟁에서 살아 돌아 온 다음, 어떻게 반전, 반체제 투사가 되었는 지를 친절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단지 겐조의 행동을 묵묵히 기록할 뿐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오쿠자키 겐조는 수수께끼같은 존재이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어떤 고난도 두려워하지 않는 휴머니스트일까, 아니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믿는 광신도일까?
켄조는 마치 모비 딕을 쫓는 에이허브 선장처럼 진실을 밝히라고 전범들을 다그치고, 폭력도 불사하지 않는다.

하라 카즈오 감독은 냉정한 중립을 유지한 듯 보여도, 기실 켄조의 공범자가 된 듯 싶다.
카즈오의 카메라는 켄조가 활동하는 데 든든한 엄폐물이 되어줬다.
어쩌면, 그것이 그를 더욱 극단으로 치닫게 한 것은 아닐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두 사람 모두 도망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PS. 아무리 그래도 겐조의 부인은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폭력의 역사]도 그랬지만, 당분간 고기는 못 먹을 것 같다.

by marlowe | 2008/03/27 08:00 | 영화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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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준님의 잡담실 at 2008/03/29 13:31

제목 : 심리의 흐름을 통한 전쟁의 비극, 그리고 자기 구원..
....약간의 혐오스런 묘사가 있으니 주의바랍니다.천황의 군대는 진군한다1. 트랙백을 건 이유는 음란물이나 이런게 아닌 더군다나 2차 대전 연간의 "식인"을 다룬 거의 유일한 장르가 바로 이 두가지 작품이라는 겁니다. 전자는 뉴기니에서의 비극이고 후자는 레이테 섬에서의 비극이라는게 다르지요2. 레이테 섬에서 고참병-짬밥이 아니라 나이상-인 "나"는 절망적인 방어작전 도중에 폐결핵에 걸리게 됩니다. 부상병이라고 이뻐하는 일본군대는 둘째치고 지금 ......more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8/03/27 13:50
1, 이거 혹시 "식인"의 함의를 깊이 깔고 있는 그 작품이 아닌지요 ==;;;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3/27 18:37
이준님/ 예. '꼬우면 군대 일찍 들어가라'는 말이 왜 나왔는 지를 실감했습니다.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8/03/28 21:15
1. 이 작품은 1987년에 우리나라 잡지에서는 "돌격하는 신군"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지요. 의외로 "반일" "반전" 내용인 작품인데 일본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수입이 불허되었습니다. -_-;;;

2. 중국이나 필리핀 민간인들에 대한 잔학행위는 그래도 "게릴라 토벌"이라는 명목으로 억지로 정당화되었지요. "미국에 대한 전쟁 도발"은 "아시아 인민에 대한 해방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지금도 정당화 됩니다. 그러나 "식인"의 의미는 일본내에서도 절대로 말할수 없는 이야기지요. 한국이나 중국에서 나온 도색 소설(개중에는 무려 반일 자료로 포장된!!)을 제외한다면 식인에 대한 논의가 정면으로 나온게 오오카 쇼헤이의 "야화"와 바로 이 작품입니다. 야화의 경우도 주인공은 결국 음식에 대한 기괴한 행위로 정신병원에 가버리고 거기서 '나는 그래도 내 의지로 먹지는 않았다는 깨달음으로 구원을 받지만" (영화는 정글에서 갑자기 사살됩니다.) 이 작품은 결국 광기로 치닫는 걸 나타내지요. 도망치지는 않았지만 그 댓가는 참혹합니다.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8/03/28 21:17
3. 시베리아 수용소 이야기를 할때 가장 자주 나오는게 "니가 살기 위해서는 동지를 배반했다"의 문제입니다. 이게 남자들간의 이야기라도 말이 많은데 "여자"의 문제면 심각하지요. "당신은 여성으로서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나름대로 건강히 살았다"라고 하면 짐작가는 건 있지 않습니까(실지로 스탈린 이후에 수용소에서 석방된 부부간에 나온 문제입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전쟁때 굶주림에서 살아남았"다는 건 역시 말할수 없는 금기의 문제가 나온거지요. 그걸 생각한다면 저 아저씨처럼 되는게 이해가 됩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3/29 01:07
이준님/ 어떤 면에서는 겐조나 다른 부대원이나, 전쟁이 끝난 후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고 이해가 됩니다.
그 방법이 극과 극이였긴 하지만요.
극도의 굶주림에서 식인을 택하는 게 어쩔 수 없다는 측면도 있지만, 소수자, 외부인을 우선적으로 먹는다는 게 참 거시기 합니다.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8/03/29 13:32
트랙백하겠습니다
Commented by 루리도 at 2008/03/29 19:34
그런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는 작품이라면...
아무래도 보기는 참 거북할 것 같군요..;;
(그래도 작품 자체에는 참 흥미가 가네요.)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으로서 죽을것인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살아남을 것인가
라는 철학적 요소도 담긴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식인에 대한 면이 얼마나 부각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약간만으로도 꽤나 충격적일 것 같으니...)

ps.김전일의 말을 살짝 꼬은다면...그럴 땐 인간으로서 살아남도록 노력해야지요...
(김전일에서 '카르네아데스의 상자'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 김전일이 자신이라면 '둘 다 살아남는 쪽'을 택하겠다고 했었죠.)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3/29 20:06
이준님/ 예.

루리도님/ 그래도 곳곳에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가 비 일본인이라서 느낄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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