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14일
나쁜 사마리아인들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 장하준의 위치는 특이하다.
그는 박정희 정권 시대와 재벌의 공을 긍정하여 좌파의 비판을 사지만,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허구를 공격하여 우파의 비난을 받는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그런 주장의 최신 버전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그러나 ‘쉽게 읽한다’는 ‘쉽게 썼다’의 동의어가 아니다.)
프롤로그에서부터 그는 자신의 여섯 살 난 아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게 하겠다는 도발을 던진다.
그 다음에 이런 터무니 없는 주장이 신자유주의자들의 시장만능주의와 무엇이 다르냐고 되묻는다.
공산국가들이 도미노처럼 붕괴하면서, 신자유주의 외의 대안은 없다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다.
그러나, 왜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은 심화되고, 선진국들과 대기업들은 무제한의 자유를 강요하는 걸까?
특정국가간에 특혜를 주는 무엽협정을 왜 ‘자유 무역 협정(Free Trade Agreements)’이라 부르는 걸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팀과 고교 축구팀이 축구경기를 한다면, 양 쪽 다 11명이니 공정한 게임일까?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쉽게 반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주장의 아래에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일본 같이 2차대전 이후 부흥한 나라 외에도 미국, 영국 등의 전통적 강대국들 역시 같은 길을 걸어왔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의 표정을 생각하면 통쾌할 정도이다.
결론을 말한다면, 저자는 성선설을 믿는 듯 하다.
그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이기주의자가 아니라 선의에서 신자유주의를 강요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무조건적인 개방을 유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거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과연 저자의 의견에 설득당할 지는 의문이지만, 이 책은 일반인들과 전문가들 모두에게 유익한 교양서이다.
# by | 2008/01/14 15:45 | 책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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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문체가 액션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통쾌합니다. ^^
'김기덕, 갸는 왜 그런 영화나 만들고 그런댜? 그냥 라디오 디제이나 하지...'
저도 이거 재밌게 읽고 있는 중입니다.
근데 결론이 제 결론과 좀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읽기로는, 신자유주의자들 중에는 선의에서 강요하는 멍청이들도 있고, 알면서도 강요하는 나쁜 놈들도 있다고 보는 것 같더라구요. 성선설이라기보다는 '독선과 이기심은 인지상정'설?이라고 해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개방 유예 등등의 수단을 통해 실패를 무릅쓰고 더 큰 이익의 가능성을 노릴지 말지는 개도국 스스로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개방을 늦추면 단기 이익을 쫓는 자본 권력은 분명히 큰 손해를 보겠죠. 심지어 신자유주의를 거부한 개도국이 손해를 볼 수도 있겠구요. 따라서 '결국엔 모두가 더 큰 이익을 얻는 길'이 아니라, 국가라는 경제 주체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보다 '정의로운 길'을 제시하려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당.
저는 경제정책의 공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걸려요.
경제정책이라는 게 단기간에 평가하는 게 어렵고, 요즘같은 시대에는 더욱 복잡해져서 하나의 정책에 대해 극단적인 평가가 나올 수 있거든요.
성장위주의 정책으로 커진 파이를 언제 어떻게 나누느냐도 그렇고요.
경제는 배우면 배울 수록 복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