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잡지는 재미가 없을까?

잡지 읽는 걸 좋아하는 데, 문득 남성잡지와 여성잡지의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국내 잡지들을 성별로 구분하면 크게 다음과 같다.

여성잡지 - 국내파: 주부생활, 여성동아, 레이디 경향 등등...

             - 해외파: 보그, 엘르, 코스모폴리탄 등등...

남성잡지 - 국내파: 선데이 서울, 주간경향, 핫 윈드 등등...

             - 해외파: 맥심, GQ, 에스콰이어, 맨즈 헬스 등등...

* 좀 더 구분을 넓게 하면, 시사, 경제, 스포츠는 남성지, 인테리어, 요리 등은 여성지에 해당하지만 여기서는 제외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는 남성지의 상대적 열세이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던 국내파 남성지는 전멸이나 다름없는 상태이고,
요 몇 년 사이에 해외에서 라이센스를 맺고 들어온 잡지들이 부활을 선언한 게 전부이다.
반면 여성지는 국내파는 주로 기혼여성을 해외파는 미혼여성 및 미시족을 마케팅 타겟으로 잡으면서,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두 번째 차이는 내용인 데, 남성지는 크게 아주 야한 것과 덜 야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펜트 하우스]나 [허슬러]같은 잡지는 아직 못 들어왔고,
비교적 순화된 [플레이보이]는 몇 년 전 정간을 당한 걸로 알고있다.
사실 아주 야한 잡지가 국내에 들어와도 얼마나 볼까 의심스럽다.
우리에게는 21세기의 가나안 = 인터넷 이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메트로섹슈얼 붐을 통해 덜 야한 잡지들이 국내에 상륙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런 잡지들은 요령있게 벗긴 여자 사진, 스포츠, 술 마시는 법, 옷 입는 법, 화장하는 법 등이 실려있다.
즉 플랜 A (여자친구 만드는 법)과 플랜 B (여자친구가 없을 때의 대처법)가 남성지의 알파와 오메가인 것이다.

이에 비해 여성지는 가십, 육아, 인테리어, 요리, 재테크, 화장, 패션 등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미혼 여성을 주 독자층으로 하는 해외파 잡지는 화장과 패션이 지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주부를 대상으로 삼는 국내파는 좀 더 다양한 주제를 골고루 다루고 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왜 여성지는 남성지처럼 재미있게 만들지 않는 걸까?
(물론 여기서의 '재미'란 지극히 남성적인 시각이다.)

우선 여성들이 느끼는 재미는 남성들의 그것과 다르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남성이 시각적이고 즉각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반면, 여성은 보다 정신적이고 정서적 교감을 원한다.
야한 이성 연예인 사진이나 더티 조크 보다는 가까운 친구끼리 수다 떠는 걸 더 좋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여성들이 쾌락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잡지일 수도 있고, 술이나 담배도 될 수 있다.

끝으로 여성들은 보다 실용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잡지를 원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나이나 결혼 유무에 상관없이 언제나 순간적인 즐거움을 추구한다.
반면, 여성들은 결혼 후 주부, 아내,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한국보다 남녀평등이 진전된 나라에서조차 결혼 후 가사분담이 불공평하다는 얘기가 종종 들려온다.

위의 설명은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에 불과하다.
국내외 잡지업계에 정통하신 분이나, 여성 블로거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 지 궁금하다.

by marlowe | 2007/12/14 11:34 | 책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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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준님의 잡담실 at 2008/01/06 12:05

제목 : 여성잡지, 그리고 남성 잡지에 대한 추억(1)-여성..
왜 여성잡지는 재미가 없을까?1. 보통의 경우 잡지 기사는 세가지로 구분됩니다1) 그야말로 양질의 기사및 동화 2) 생활정보3) 쾌락을 위한 읽을 거리2. 사실 이 구분도 그렇게 쉽게 나뉘어지지는 않습니다. "긴급 고백, 아내를 잠자리에서 굴복하는 기법 100가지"류의 기사는 분명 2)번이라고 볼수 있지만 사실은 3)에 가까운거지요. 생활인터뷰나 잔잔한 감동 인터뷰는 보통의 경우는 3)을 기준으로 하지만 의외로 1)의 이야기가 많은 것도 사실입......more

Commented at 2007/12/16 01: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starot at 2007/12/16 17:03
전 여성잡지는 '눈요기'가 안돼서 잘 안 봅니다^^;(역시 훈남들 구경하는 게 더 좋습니다;) 없는 형편엔 꿈도 못꾸는 사치스런 옷이나 악세사리가 즐비하는 지면을 보고 있자면 역시나 거리감이...(또래의 다른 여자들에 비해 그런 데 관심이 참 적기도 하지만;;) 흐..진짜 걸스 맥심 같은 거 안 만드나(...)
가만 보면 남성 잡지는 남자들의 1차적 욕구에 상당히 충실한데, 여성 잡지의 경우는 그런 것보단 '다른 이들에게 이뻐 보이기 위한' 방법을 싣는 경우가 많죠(아름다워지고 싶다는 게 여자의 욕구라고들 하지만 사실 그건 1차적이라기보단 2차적인 욕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그게 좀 불만입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7/12/16 17:14
비공개님/ 독자들은 잡지가 광고 투성이라 안 본다고 하고, 잡지사는 독자가 적어서 광고라도 많이 싣는다는 데, 그야말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군요. 그래도 여성잡지에서 잡지가격을 뽑고도 남을 만큼 부록이 푸짐한 건 좋더군요. 몇몇 여성지는 남자인 제가 들고 보기에도 버거울 정도예요. 남성지도 패션정보를 보면, 명품으로 도배를 했는 데, 싼 값으로 멋내는 법을 소개했으면 좋겠어요. >____<

Astarot님/ 제가 이 글을 쓴 동기도 '여성용 맥심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였어요. (이것도 블루 오션이 아닐까요?) 은행이나 미용실 가서 여성잡지를 볼 때마다, 여성들은 어떤 욕구를 갖고 있는 건지 궁금해요. 여자들이라고, 데이트나 결혼만 생각하는 건 아닐 텐 데 말이죠.
Commented by LaJune at 2007/12/17 11:55
전 여성지 싫던데요. 볼게 없다는데 절대 동의합니다. 차라리 육아쪽이라면 육아전문지(앙팡 따위)가, 패숀쪽이라면 패숀 전문지가, 인테리어 쪽이라면 인테리어 전문지가 더 좋습니다. 이건 뭐 2/3은 광고인데다 뭔가 엄한 스캔들따위나 올려놓고 무게는 왜 그리 무거운지. 일년에 한두번 미용실 가면 쿠숀과 함께 무거운 잡지 올려주는데요 전 그거 사양합니다. 날마다 무거운거 들고 사는데 별 영양가 없는 책 때문에 손목 망가지기 싫지 말입니다. --;;
Commented by marlowe at 2007/12/17 11:59
LaJune님/ 가끔 여성지 기자들은 어떻게 매달 기사를 채우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광고를 많이 싣는 걸까요?) 그나마 주부 대상잡지는 각종 경품에 가십기사도 있어서 읽을만 한 데, 독자 연령층이 낮은 여성지는 읽을 게 없어요.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7/12/17 18:53
트랙백할까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7/12/17 21:10
이준님/ 좋지요!
Commented by cre+s at 2007/12/17 21:35
marlowe님, 그건 아무래도 '소비'와 함께 생각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여성지가 광고가 많아서 싫다고 하셨지요? 그만큼 기사는 없다고. 여성지에 나와 있는 '이달의 머스트 해브'처럼 소비를 부추기는 기사들이 소비욕이 강한 여심을 자극하고, 이는 광고로 직결. 즉, 돈이 되는 게 아닐까요? '소비욕이 왕성한 여성들=여성의 소비욕을 자극할 기사를 양산해내는 잡지사=광고에 혹해 제품을 사는 여성들을 타겟으로 한 광고주' 훌륭한 조합이잖아요. 다만, marlowe님은 '소비욕이 적은(또는 그 대상이 다른) 남성'이시니 재미가 없으신 거겠지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7/12/17 22:12
cre+s님/ 그럴수도 있겠군요. 특히 한국의 여성지에 광고분량이 많은 건, 그만큼 가정 안에서 한국여성의 경제권이 강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광고 외의 내용이 너무 단순하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워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2/27 01:56
에스콰이어나 지큐의 기사 글이 더 재미있습니다.
기획 자체도 더 낫고 글도 더 잘 씁니다.
다루는 소재도 관심사고요
저는 여성이지만 말입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7/12/27 08:24
hertravel님/ 저는 그 두 잡지가 맥심보다 무거워서 덜 좋아하는 편입니다. (가격도 무게도)
맥심은 부담없이 읽기 편한 데, 지큐나 에스콰이어는 너무 성공하라고 압력을 주는 느낌이 들어요.
Commented by 사노 at 2007/12/30 17:20
고백하건데 맥심 재밌더군요. 정말로.

전 여성지 1년에 두 번 꼴로 살까말까 하는데 죄다 부록 때문에 삽니다......그리고 살 때마다 그 내용을 보고 좌절하지요. 어째 다 무심하고 시크하며 이 잡지처럼 살 수 있는 대한민국 여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고.......
Commented by marlowe at 2007/12/30 19:23
사노님/ 맥심은 값도 싸서 한 두 권씩 사다 보면 어느 새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게 문제예요.
가끔 여성잡지를 만드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이해가 안 가요.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틸다 스윈튼이 옷 차려입고 연설연습하는 장면을 보면서,
'시크하게 보여지는 것도 중노동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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