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5일
Casino Royale: Beaujolais Nouveau

지난 토요일에 21번째 007 영화 [카지노 로얄] (2006)을 보았다.
제작 발표 당시부터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6대 본드를 맡긴다고 했을 때 격렬한 비난이 폭주했을 만큼,
뉴 본드 크레이그와 이 영화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이다.
아래에 그 두 가지 관점을 대표하는 포스팅을 소개한다.
007 카지노 로얄 Casino Royale (2006)
이게 과연 007이란 말인가, 카지노 로얄
그런데, 재미있게도 두 글 모두 결과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카지노 로얄]은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일종의 프리퀄이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이 영화가 시도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일 뿐이다.
007 시리즈(주1)는 그 어떤 영화나 시리즈와도 비교를 불허할 만큼, 다양한 팬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대부] 3부작이나 [스타워즈] 6부작도 갖지 못한 fandom이다.
1탄 [닥터 노]에서 21탄 [카지노 로얄]까지 40여년을, 동일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도
조금씩 변화를 주었고, 이런 융통성있는(?) 세계관이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어떤 007 영화도 그 자체만으로 평가받지는 못한다.
그들은 시리즈 내에서 다른 영화들과 비교될 뿐이며, 그 핸디캡은 역대 본드를 맡은 배우들에게도 적용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당 영화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대신,
007 시리즈 전체에서 이 영화가 어떤 변화를 보여줬는지,
그리고 제작진은 왜 그런 변화를 시도했는 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주1: 이 글에서 언급되는 007 시리즈는 브로콜리 패밀리의 이온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007 시리즈만 포함할 뿐,
1954년과 1967년에 각각 만들어진 [카지노 로얄], 케빈 맥클로리가 [선더볼트]를 리메이크 한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은 제외한다.
Why
나는 007 영화 자체보다는 전체 시리즈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걸 흥미롭게 지켜보는 버릇이 있다.
또한 이 시리즈는 몇 가지 질문을 내게 던져준다.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최종 결정권은 누구에게 주어져야 할까?
오랫동안 인기있던 시리즈가 시들해지면, 어떻게 해야할까?
위의 질문들은 오랫동안 007 제작에 관련된 실무자는 물론, 평론가와 팬들에게 열띤 논쟁을 불러 일으켜왔다.
첫번째 질문에 대한 의견은 예전에 언급했으니,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자.
한 쪽에서는 007 시리즈의 공식은 아직도 경쟁력이 있으며, 배우를 교체하고 제작비를 늘리면,
아무 문제 없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진영에서는 젊은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어느 쪽이 맞을까?
나는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위의 표는 imdb.com에서 조사한 역대 007 영화의 흥행성적이다.
얼핏 보면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상승곡선을 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급격하게 치솟은 제작비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이 개봉시기이다.
16탄 [살인면허] 이후, 배급사는 블록버스터를 피해 액션물이 뜸한 겨울에 개봉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제임스 본드의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반증이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몇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첫째는 액션영화 판도의 변화이다.
cipher님은 그 많던 80년대 액션스타들은 어디로 갔을까 라는 글을 올려주셨는 데,
스탤론-슈왈츠제네거-반담 등이 활약하던 시대에, 액션영화는 다른 쟝르와는확연히 구별되는 쟝르였다.
액션스타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활동하였고, 해리슨 포드 같은 외부영입(!)은 극히 예외였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액션영화 흐름 속에서, 세련된 영국 스파이가 활약하는 007 시리즈는
여성이나 미성년자들도 비교적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이였다.
그러나, 성룡, 이연걸, 주윤발 등이 나오는 홍콩 액션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서로 치고박는 격렬하면서도 무용처럼 아름다운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을 선호하게 되었다.
더구나 특수 효과의 발달과 원화평, 오우삼 등 홍콩 액션영화감독들의 진출로,
이제는 여배우들도 화려한 액션을 펼치게 되면서, 007 시리즈의 차별화 전략은 빛을 바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제이슨 본과 이산 헌트라는 후배 스파이의 등장은 본드를 더욱 압박한다.
이렇게 되자 제작진의 고충도 늘어 갔다.
그동안 쌓아올린 전통을 고수하기도, 그렇다고 함부로 고치지도 못하는 지경에 빠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007 시리즈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변화를 조심스럽게 시도해왔다.
그러나, 역대 시리즈 중에서 하나의 방점을 과감히 찍은 영화는 단 세 편 뿐이라고 생각한다.
[여왕폐하의 007], [007 어나더 데이], 그리고 최신작 [카지노 로얄]이다.
이 영화들은 단순히 출연진이나 이야기 구성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작을 회고하고 새로운 출발을 모색했다는 특징이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앞의 두 편은 실패이고(주 2), 마지막 한 편은 성공을 했다.
주2: 007 시리즈에서 내가 패착이라고 생각하는 점들은 다음과 같다.
1위: [여왕폐하의 007]에서 션 코네리 하차
전작을 결산하는 의미에서 코네리가 출연하고,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부터 다른 배우가 나와야 했다.
2위: 브로펠드의 중도하차
스펙터의 총수 브로펠드는 톰과 제리처럼, 007 월드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이였다.
(이걸 제대로 파악한 것이 [오스틴 파워즈] 3부작 이다!)
케빈 맥클로리의 거부로 브로펠드를 쓸 수 없게 된 브로콜리는, [유어 아이즈 온리]에서 작은 복수를 했다.
3위: 브로펠드의 얼굴 공개
[두 번 산다]에서 브로펠드의 얼굴이 공개된 후, 다른 배우들이 같은 배역을 맡게되어 이질감이 생겨났다.
4위: 조연 배우들의 중복출연
찰스 그레이와 모드 아담스가 대표적이다.
How & What
그럼 [카지노 로얄]은 어떤 변화를 시도했을까?
1. 스토리
제작진은 [MI3]이 그랫던 것처럼,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사생활을 다룬다.
그는 어떻게 살인면허를 발급받았으며, 왜 냉정한 플레이보이가 되었을까?
처음 [카지노 로얄]을 만든다고 했을 때, 걱정부터 되었다.
액션은 거의 없고 본드와 악당이 갬블을 하는 소설로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낼까?
2시간 30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과 악당을 사로잡기 위해 정부요원이 도박을 한다는 설정은 터무니 없지만
(그냥 납치하면 그만인 데... 더구나 르 쉬프르는 고객들의 돈을 날려서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지 않나?),
본드가 왜 포커 페이스로 철저히 자신을 감추는 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2. 캐릭터 / 캐스팅
제임스 본드 / 다니엘 크레이그
우선 갓 007이 된 본드는 무척이나 불안해 보인다.
이는 어느 때보다도 격렬해진 액션 때문이기도 하지만, 캐릭터 설정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다.
기존의 본드는 루니툰의 로드러너처럼 어떤 경우에도 여유있게 위기를 빠져나오는 존재였다.
하지만 크레이그의 본드는 00넘버를 갓 달아선 지, 임무에서도 연애에서도 번번히 실수를 한다.
배우 크레이그를 말하자면, 우선 앞니가 부러지는 고통 속에서 새로운 007을 보여준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금발에다 다소 늙어보이는 외모가 부담스럽다.
그는 [위기일발]의 로버트 쇼를 연상케 할만큼 악당처럼 보이고,
오히려 악역으로 나온 매즈 미켈센이 더 본드처럼 보인다.
38세라는 나이도 부담스러운 데, [카지노 로얄]에서 본드가 해군 중령으로 예편한 뒤 첩보원이 된 걸
감안하면, 크레이그보다는 2~3살쯤 젊어 보이면서 선이 가는 배우가 적합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뮌헨]의 에릭 바나가 떠오른다.)
M / 쥬디 덴치
덴치여사는 그동안 M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그 때문에 제작진도 그녀를 다시 출연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브로스넌의 상관이였다는 그림자를 드리운 게 문제이다. 더구나, [골든 아이]에서 정통 첩보부가 아닌,
냉전 이후 MI6의 수장이 된 낙하산 인사(?)로 나왔는 데, 여기서는 냉전시절이 좋았다고 말하는 게 어색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뜻에서 M 역시 다른 남자배우에게 맡기는 게 좋았을 것이다.
(처음 티저 트레일러를 보았을 때는 본드가 살인면허를 받기 위해 두 번째로 죽이는 지국장이 M인 줄 알았다.)
르 쉬프르 / 매즈 미켈센
새로운 악당은 자기 비지니스에만 신경쓰는 존재로 등장한다.
다른 보조(?) 악당들은 나름대로의 직업윤리(?)와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게 재미있다.
베스퍼 린드 / 에바 그린
차갑고 앙칼져 보이지만 불안감을 드러내는 역할을 무리없이 했다.
(그래도 샤를리즈 테론이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 데...)
매티스 / 지안카를로 지안니니
[카사블랑카]의 르노 서장처럼 다소 희화화된 프랑스인이다.
펠릭스 라이터 / 제프리 라이트
누가 뭐래도 최고의 라이터는 [닥터 노]의 잭 로드이다.
[카지노 로얄]은 과도기에 나온 작품이라는 티가 나지만, 제작진들은 제대로 숙제를 했다.
술로 치면 아직 보졸레 누보이지만, 다음 번에는 농익은 와인을 내놓을 거라는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그래도 이 영화를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은 비디오 대여점에서 가서 예전 시리즈를 보면 된다.
P.S. 역대 본드에 대한 한 마디.
션 코네리: 주위 환경이 좋았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본드.
조지 레젠비: 생각처럼 나쁘지는 않았지만, 타이밍이 나빴다.
로져 무어: 영원한 2인자로 남는 게 안타깝다.
티모시 달튼: 007보다는 M으로 나오는 게 훨씬 어울린다.
피어스 브로스넌: 이안 플레밍의 본드가 아닌, 존 가드너의 본드이다.
# by | 2006/12/25 21:00 | 영화 | 트랙백(1) | 핑백(2)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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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007 카지노 로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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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언가가 있어요 이 배우... 정말 섹시하십니다.
007주제가가 얼마나 가슴을 뛰게 하는 명곡인지 다시금 느꼈어요.
처음엔 배우 얼굴이 낯설었는데, 자꾸 보니까 얼굴에 정이 가네요.
(적어도 5~6년은 어린 줄 알았어요.)
처음엔 지금의 샤프한 모습으로 나가고, 다음부터는 몸무게를 좀 늘리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불계님/ 저도 변화를 시도했으면 좋겠어요.
다니엘도 후속작에서는 좀 더 여유를 가질 것 같더군요.
미미님/ 여기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작진은 이런 논란을 예상하고, 충격요법으로 크레이그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배우교체를 포함한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까는 관객 개개인의 기호차이겠죠.
제가 가장 보고 싶은 배우는 클라이브 오웬인 데, 나이도 많고 몸값이 비싸서 힘들 것 같아요.